오구온라인 연예·스포츠

신진서, 최강 AI 카타고 꺾었다…이세돌 이후 10년 만의 인간 승리

한소율 2026년 7월 22일 4
신진서, 최강 AI 카타고 꺾었다…이세돌 이후 10년 만의 인간 승리

한줄평 3줄

  • 세계 1위 신진서 9단이 최강 AI 카타고에 2승 1패로 역전 우승, 221수 11집반승으로 최종 3국 대승
  • 두점 접바둑·5시간 제한 조건에서 나온 승리로, 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10년 만의 상징적 인간 승리
  • 상금 2억5000만원과 제네시스 G90 부상… AI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이세돌에 버금가는 성과' 평가

인간이 다시 한 번 반상에서 기계를 눌렀다.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 최강으로 평가받는 인공지능(AI) 바둑 엔진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2승 1패 역전 우승을 거뒀다. 7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최종 3국에서 신진서는 221수 만에 11집 반승이라는 대승을 완성했다(한국경제).

1국에서 참패하고 시작한 승부라 드라마는 더 진했다. 신진서는 첫 판을 내준 뒤 2국을 4집 반으로 잡아 균형을 맞췄고, 마지막 판을 두 자릿수 집 차이로 앞서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따낸 그날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인간이 정상급 AI를 다시 꺾은 장면이다(경향신문).

무슨 일인가요

이번 대국은 한국경제신문과 바둑 플랫폼이 함께 마련한 ‘쎈수학·한경 기신전’이라는 이름의 인간 대 AI 3번기였다. 상대인 카타고는 아마추어 무료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회를 위해 특수 세팅된 ‘괴물’이었다. 타이젬이 그래픽카드 RTX 3090 4장을 병렬로 묶은 전용 시스템으로 구축해 현 시점 최고 성능으로 돌렸다(뉴시스). 즉, ‘대충 만든 AI를 이겼다’가 아니라 ‘가장 세게 세팅한 AI를 이겼다’가 이번 승부의 전제다.

대국 방식은 두점 접바둑이었다. 신진서가 흑을 잡고 바둑판에 미리 두 점을 깔고 시작했다는 뜻이다. 얼핏 ‘핸디캡을 받았으니 반칙 아니냐’고 볼 수 있지만, 사정은 정반대다. 이미 AI의 기력이 인간을 아득히 넘어선 지금, 호선(맞바둑)으로는 승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두 점은 인간이 ‘바둑의 신’급 AI와 그나마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는 극한의 균형점으로 설계된 치수다.

시간 조건도 비대칭이었다. 신진서에게는 제한시간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진 반면, 카타고는 제한시간 없이 매 수 20초 안에 착수했다. 사람은 한 수 한 수 길게 계산하고, 기계는 20초 만에 답을 내는 구조다. 신진서는 1승을 확정하며 상금 2억5000만원과 승리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을 받게 됐다(서울신문).

관전 포인트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1국의 충격’이 어떻게 반전됐느냐다. 신진서는 1국에서 카타고의 초반 변칙수에 흔들리며 무너졌다. 인간 프로의 상식으로는 잘 두지 않는, 그러나 AI 계산상으로는 최선인 수가 튀어나오자 리듬이 깨진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신진서는 2국부터 카타고 특유의 초반 변칙에 말려들지 않고, 자신이 유리한 중반 전투로 승부를 끌고 갔다.

두 번째 포인트는 ‘집 차이의 확대’다. 아래 표에서 보듯 신진서는 2국 4집 반에서 3국 11집 반으로 승리 폭을 키웠다. 바둑에서 반집은 승패를 가르는 최소 단위인데, 최강 AI를 상대로 두 자릿수 집을 남겼다는 건 운이 아니라 판을 지배했다는 신호다. 판이 거듭될수록 신진서가 카타고의 착수 경향을 읽어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구분 1국(7/17) 2국(7/19) 3국(7/21)
승자 카타고 신진서 신진서
결과 신진서 패 290수 4집 반승 221수 11집 반승
흐름 초반 변칙수에 흔들림 균형 회복(1승1패) 대승·역전 우승

세 번째 포인트는 ‘조건의 무게’다. 이번 승리는 어디까지나 두점 접바둑에서 나온 결과다. 호선으로 붙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승부는 ‘인간이 AI보다 세다’가 아니라 ‘두 점을 받으면 인간이 여전히 최정상 AI와 겨룰 수 있다’는, 정직하게 읽어야 하는 승리다. 억지 미화도, 폄하도 아닌 딱 그 지점에 이번 대국의 진짜 값이 있다.

반응은 이렇습니다

승부가 끝난 뒤 신진서는 담담하면서도 분명한 소감을 남겼다. 그는 “이 대국을 통해 인간이 AI에 버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머니투데이). ‘이겼다’가 아니라 ‘버틸 수 있다’는 표현을 고른 대목이, 최정상 기사가 AI와의 실력 차를 얼마나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언론은 이 승부에 ‘인간 승리’라는 상징을 부여했다. 한국경제는 신진서에게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인간 희망을 쏘아올렸다”고 평가했고, 여러 매체가 일제히 ‘이세돌 이후 10년 만의 쾌거’라는 표현을 헤드라인에 올렸다(스타뉴스). 2016년 알파고 앞에서 인간이 느꼈던 무력감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이번 승부가 일종의 ‘설욕전’처럼 읽힌 셈이다.

바둑계에서는 결과 자체보다 ‘어떻게 이겼나’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AI의 변칙수에 무너진 1국을 딛고, 인간이 스스로 대응 전략을 수정해 다음 판을 잡아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점 접바둑·특수 세팅이라는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선을 그으며, 이번 승리를 ‘조건부 인간 승리’로 정확히 규정하고 있다.

배경 이야기

이번 대국을 이해하려면 1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연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호선으로 다섯 판을 뒀고, 4국에서 그 유명한 ’78수’로 1승을 따냈다. 최종 성적은 1승 4패. 그 1승은 지금까지도 ‘인간이 정상급 바둑 AI를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로 기록돼 왔다(경향신문).

그 사이 AI는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강해졌다. 알파고의 후예 격인 오픈소스 엔진 카타고는 셀프 대국을 무한 반복하며 실력을 끌어올렸고, 이제 프로 최정상도 호선으로는 사실상 손을 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번 기신전은 애초에 ‘이길 수 있느냐’가 아니라 ‘두 점을 받으면 어디까지 되느냐’를 확인하는 실험에 가까웠다. 아래 표는 두 승부의 성격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구분 2016 이세돌 vs 알파고 2026 신진서 vs 카타고
대국 방식 호선(맞바둑) 두점 접바둑(인간 흑 2점)
인간 성적 1승 4패(4국 승) 2승 1패(역전 우승)
AI 성격 당시 최첨단 알파고 RTX 3090 4장 특수 세팅 카타고
상징 인간의 마지막 1승 10년 만의 조건부 인간 승리

주인공 신진서는 현재 세계 랭킹 1위로, 국제기전에서 다승 행진을 이어온 ‘인류 최강’ 기사다. 하필 이 자리에 그가 나섰다는 것 자체가 대회의 무게를 말해준다. 인간 대표로 나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가, 조건을 받아든 채 AI와 3번기를 벌여 뒤집었다는 서사가 이번 화제성의 뼈대다.

오구온라인의 시각

먼저 이 승부가 왜 이렇게 크게 회자되는지부터 짚자. 사람들이 열광한 건 ‘집 차이’가 아니라 서사다. 첫 판을 참패로 내주고, 스스로 전략을 고쳐 다음 두 판을 잡아낸 구조는 스포츠가 팔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야기, 즉 ‘역전 드라마’와 정확히 겹친다. 여기에 ‘AI 시대에 인간이 버텼다’는 시대적 정서가 얹히면서,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까지 결과를 공유하게 됐다. 화제의 엔진은 바둑이 아니라 심리였다.

다만 오구온라인은 이 승리를 과대 포장하는 흐름을 경계한다. 핵심은 두 점이다. 두 점을 미리 깔았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호선으로는 승부가 안 된다는 현실을 대회 설계 단계에서 이미 인정했다는 뜻이다. ‘인간이 AI를 이겼다’는 헤드라인은 짜릿하지만, 정확한 문장은 ‘두 점을 받으면 인류 최고수가 최강 AI와 아직 겨룰 수 있다’이다. 이 조건을 지우면 뉴스는 감동적이지만 사실과 멀어진다. 신진서 본인이 ‘이겼다’ 대신 ‘버틸 수 있다’고 말한 절제가, 오히려 이 사건의 정확한 좌표다.

남들이 잘 짚지 않는 각도를 하나 더 얹는다. 이번 승부의 진짜 수혜자는 인간이 아니라 AI 콘텐츠 산업일 수 있다. 최강 AI를 ‘이기지 못할 상대’로 놔두면 흥행이 죽지만, 두 점이라는 핸디캡을 끼워 ‘인간이 뒤집을 수도 있는 무대’로 재설계하는 순간, 바둑은 다시 손에 땀을 쥐는 스포츠가 된다. 압도적 성능의 AI를 어떻게 ‘볼 만한 승부’로 상품화할 것인가 — 이건 바둑만의 고민이 아니다.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한 AI 시대 전반에 던져진 질문이고, 최근 AI의 자율성이 어디까지 갔는지 보여준 오픈AI 샌드박스 이탈 사례와 나란히 놓고 보면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결국 오구온라인이 이번 대국에서 읽어내는 메시지는 이렇다. 인간이 기계를 다시 이길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규칙을 설계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점이다. 두 점을 깔지, 시간을 얼마 줄지, 어떤 무대에 올릴지를 정하는 건 사람이다. 신진서의 11집 반은 실력의 승리인 동시에, ‘판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인간이 아직 쥐고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앞으로 인간 대 AI 대국을 볼 때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이겼나’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누가 그 조건을 정했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