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3줄
-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33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 노조는 공간 적재율을 높이는 '메자닌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 이는 2021년 덕평 물류센터 화재 참사와 동일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인천 서구 석남동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하루를 넘겨 지속되고 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탈진할 정도로 진화에 애를 먹는 가운데,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화재의 확산 원인으로 ‘메자닌(Mezzanine) 구조’를 지목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덕평 물류센터 참사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입니다. 단순한 실화 사고를 넘어 물류 대기업의 비용 절감 방식이 참사를 반복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무슨 일인가요
인천 석남동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치솟은 불길이 33시간이 지난 시점까지 완전히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으며, 소방청은 특수 소방차와 드론을 추가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장시간 사투를 벌이던 소방관 일부가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현장의 상황은 악화된 상태입니다. 쿠팡 측은 뉴스룸을 통해 안전 조치와 진화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화마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전국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이 쿠팡의 고질적인 ‘메자닌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메자닌 구조란 층고가 높은 물류센터 내부에 임의로 중간층을 만들어 적재 공간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노조는 이러한 구조가 소방 설비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화재 진압을 방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이는 2021년 소방관 1명이 순직했던 덕평 물류센터 화재 당시 지적된 문제점과 일치합니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 관계자들 역시 내부 구조의 복잡함 때문에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겹겹이 쌓인 선반과 가벽들이 물의 흐름을 막고 열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순한 화재 진압 장비의 부족이 아니라, 애초에 불이 나면 끌 수 없는 구조로 건물이 설계되었다는 것이 노조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쉽게 풀어보면
메자닌 구조가 대체 무엇이기에 화재의 주범으로 꼽히는 걸까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거대한 책장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천장이 아주 높은 방에 책장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이 방의 천장에는 소방용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책장 꼭대기나 방 바닥에 불이 난다면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려 불을 쉽게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니까요.
하지만 책장 칸칸마다 얇은 합판을 덧대어 수십 개의 작은 수납공간을 촘촘하게 만들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깊숙한 안쪽 칸에서 불이 시작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천장에서 아무리 물을 뿌려대도 촘촘한 합판 지붕들이 물을 가로막아 정작 불이 난 곳에는 물 한 방울 닿지 못합니다. 오히려 합판들이 열기를 가두는 가마솥 역할을 하면서 불길은 보이지 않는 틈새를 타고 내부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물류센터의 ‘메자닌 구조’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물류 기업들은 한정된 부지에서 최대한 많은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천장 높이가 10미터가 넘는 창고를 짓습니다. 그리고 그 내부에 정식 콘크리트 바닥 대신 철골과 합판으로 조립식 복층(메자닌)을 쌓아 올립니다. 겉보기에는 1층짜리 건물이지만, 실제 내부로 들어가 보면 3층, 4층짜리 미로 같은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이 조립식 바닥들은 소방법상 정식 ‘층’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촘촘한 소방 시설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비껴가기 일쑤입니다.
왜 중요한가요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대기업들이 안전 규제를 우회해 비용을 절감하는 수단으로 이 구조를 활용해왔기 때문입니다. 정식으로 건물의 층수를 늘리려면 건축법에 따라 엄격한 내화 구조 기준을 맞춰야 하고 소방 설비도 층마다 완벽하게 갖추어야 합니다. 당연히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반면 메자닌 구조는 ‘적재용 설비’나 ‘렉(Rack)’으로 신고하면 그만입니다. 더 적은 돈으로 서류상 1층짜리 건물을 실제로는 여러 개 층처럼 쓸 수 있는 꼼수입니다.
과거 참사들과 비교해 보면 이 구조적 문제가 얼마나 반복적이고 고질적인지 명백히 드러납니다. 아래 표는 최근 발생한 주요 물류센터 화재 사건의 구조적 공통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 사고지 및 시기 | 주요 구조적 특징 | 화재 확산 요인 | 피해 규모 및 결과 |
|---|---|---|---|
| 덕평 물류센터 (2021년) | 조립식 메자닌 멀티랙 구조 | 스프링클러 작동 지연 및 내부 차단막으로 진입 불가 | 건물 전소, 소방관 1명 순직 |
| 인천 석남동 (현재) | 적재 효율 극대화용 복층 메자닌 | 미로식 구조로 소방수 침투 차단, 가스 및 연기 배출 지연 | 30시간 이상 진화 중, 대원 탈진 |
법적인 허점도 존재합니다. 현행 소방법과 건축법은 물류센터 내부의 가변형 복층 구조에 대해 명확한 안전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서 노동자들과 소방관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비용 절감이 안전 불감증을 낳고, 그것이 결국 사회적 재난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구온라인의 시각
빠른 배송과 저렴한 가격은 현대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이지만, 그 이면에 소방관의 목숨과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로 한 편법 구조가 있다면 이는 멈춰야 합니다. 물류센터 내부의 조립식 복층 구조를 단순한 가구 조립 수준의 설비가 아닌 실질적인 건축물 층수로 규정해 소방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된 안전의 사각지대를 이제는 제도적으로 메워야 할 때입니다.
참고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