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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메르코수르 FTA 뚫는다…한·브라질 정상회담 내 지갑 영향 총정리

박도현 2026년 7월 28일 4
희토류·메르코수르 FTA 뚫는다…한·브라질 정상회담 내 지갑 영향 총정리

작성 · 검수 박도현 · 최종 검토 2026년 7월 28일

숫자로 3줄

  •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7일 브라질을 국빈 방문해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 12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 핵심은 관세가 아니라 자원이다 — 세계 2위 희토류 보유국 브라질과 광물·방산(C-390)·우주를 묶은 '삼각 패키지'로 중국 의존을 낮추려는 포석.
  • 자동차·철강 수출 확대 기대 뒤에는 브라질산 쇠고기·곡물 개방 요구라는 청구서가 붙어 있어, 소비자 체감까지는 몇 년의 시차가 있다.

먼 나라 정상회담 뉴스처럼 보이지만, 이번 브라질 방문의 진짜 주어는 ‘자동차’도 ‘쇠고기’도 아닌 희토류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7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뤄져 있던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협상을 12월에 재개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2026년을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관세 인하보다 훨씬 크고 민감한 계산이 깔려 있다.

무슨 일인가요

두 정상은 12월 열리는 제69차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공식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다만 ‘협상 재개’는 아직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가 아니다. 그 전 단계로 브라질 부통령과 한국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각각 이끄는 양자 실무그룹을 설립해, 서로의 교역 기회와 ‘민감 품목’을 먼저 분석하기로 했다. 자세한 합의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담의 무게중심은 무역보다 ‘자원+안보’ 쪽에 실렸다. 두 정상은 세계 2위 희토류 보유국인 브라질의 핵심광물과 한국의 첨단 산업·기술을 잇는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방위산업·우주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브라질 도착 직후 우리 공군이 도입할 엠브라에르 C-390 대형수송기를 직접 시찰하며 “국방 협력의 첫 시작”이라고 밝혔다(아주경제).

우주 협력도 구체적이다. 룰라 대통령은 한·브라질 공동 발사체 사업을 언급하며 “첫 발사는 잘 안 됐지만 9월 발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9월 발사는 꼭 성공할 것”이라고 답했다(파이낸셜뉴스). 한국 기업이 브라질 발사장을 이용할 때 걸리는 발사 허가 절차도 양국이 조화·간소화하기로 했다. 광물·방산·우주를 한 테이블에 올린 이 구성 자체가 이번 회담의 설계도다.

숫자로 보면

양국의 경제 관계는 아직 ‘잠재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국과 메르코수르 4개국 간 연간 교역액은 약 140억 달러, 한국의 누적 투자액은 100억 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주브라질 대한민국 대사관 자료). 교역 구조는 ‘보완적’이다. 메르코수르는 농산물·원유·육류를 팔고, 한국은 전자기기·자동차·자동차부품을 판다.

항목 핵심 숫자 의미
한·메르코수르 교역액 연 약 140억 달러 한·미(약 1,900억 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됨 — 성장 여지
브라질 희토류 위상 매장량 세계 2위 중국 편중 공급망의 유력한 대안
중국의 희토류 장악력 생산 70%·가공 90% 2025년 7종 수출 제한으로 ‘무기화’ 현실화
C-390 수송기 계약 3대·약 7,100억 원 절충교역으로 국내 부품·MRO 산업 참여
협상 재개 목표 시점 2026년 12월 제69차 메르코수르 정상회의

여기서 눈여겨볼 대비가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약 70%를 생산하고 가공은 90% 가까이 틀어쥐고 있다. 2025년 중국이 반도체·배터리·방산에 쓰이는 희토류 7종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망 무기화’는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배터리 소재 다변화 허브이지만, 정작 전구체 같은 상류(업스트림) 소재는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브라질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이 빈틈에 있다.

C-390의 계약 조건도 숫자로 보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총 3대에 약 7,100억 원(약 4억 7,300만 달러) 규모인데, 단순 구매가 아니라 훈련·지원 패키지와 절충교역(오프셋)을 통한 국내 산업 참여가 묶여 있다. 최대 26톤 화물을 싣고 시속 870km로 나는 이 수송기는 이미 초도 비행에 성공해 연내 인도가 예정돼 있고, 엠브라에르는 한국 업체들과 부품을 국내 제작하고 정비(MRO)를 함께 키우기로 했다.

쉽게 풀어보면

동네에 딱 하나뿐인 문구점이 있다고 해보자. 준비물 살 곳이 그 집밖에 없으니, 사장님이 어느 날 “연필은 우리 반 애들한테만 팔래”라고 하면 우리 반은 시험 때 큰일이 난다. 지금 세계 산업계에서 그 문구점이 바로 중국이고, 연필에 해당하는 게 스마트폰·전기차·전투기에 꼭 들어가는 희토류라는 광물이다. 그런데 옆 동네에 문구가 잔뜩 쌓인 새 가게가 생겼다. 그게 브라질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이 그 새 문구점과 “우리 앞으로 자주 거래하자”며 단골 약속을 맺으러 간 것이다. 다만 그냥 사기만 하면 재미없으니, 한국은 “우리가 만든 좋은 비행기(C-390 부품)와 로켓 기술을 줄게, 대신 연필(광물)을 안정적으로 달라”고 물물교환을 제안했다. 한쪽만 사가는 게 아니라 서로 필요한 걸 바꾸는 ‘패키지 거래’라는 점이 이번 회담의 진짜 그림이다.

메르코수르 무역협정(FTA)은 이 단골 관계를 ‘계약서’로 만드는 작업이다. 계약서를 쓰면 한국 자동차·철강은 브라질에 세금(관세)을 덜 내고 팔 수 있어 유리하다. 대신 브라질은 “그럼 너희도 우리 쇠고기·콩을 좀 사줘”라고 청구서를 내민다. 그래서 이 계약은 좋기만 한 게 아니라, 무엇을 열어주고 무엇을 얻느냐를 저울에 다는 ‘주고받기’ 협상이다.

배경과 전망

한국이 지금 속도를 내는 데는 ‘지각생의 조급함’이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4년 말 메르코수르와 FTA를 정치적으로 타결했고, 일본도 협상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2009년 협상 개시 이후 사실상 멈춰 있다가 이제야 재시동을 거는 셈이라, EU·일본보다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데일리). 뒤늦게 출발한 만큼 이번 정상 간 합의는 ‘멈춰 있던 시계를 다시 돌리는’ 정치적 신호탄에 가깝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나 지금이나 농축산물이다. 한국은 자동차·철강 수출 확대를 원하지만, 브라질을 비롯한 메르코수르는 쇠고기·곡물 시장 개방을 요구해 왔다. 정부는 이미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위험평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농민신문). 중요한 건, 브라질산 쇠고기는 한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미국·호주산 수입 쇠고기와 경쟁한다는 점이다. 즉 한우 농가 직격탄이라기보다 ‘수입육 가격 경쟁’ 구도에 가깝다.

당장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는 크지 않다. 실무그룹 구성 → 12월 협상 재개 발표 → 실제 협상 → 타결 → 국회 비준이라는 긴 계단이 남아 있어, 관세 인하가 자동차 값이나 쇠고기 값에 반영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반면 K-소비재의 브라질 인허가 개선(이 대통령 요청)과 한국 기업 투자 지원(룰라 약속)처럼 상대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카드도 함께 논의됐다(뉴스핌). 지금이 왜 이렇게 ‘자원 외교’가 급한 시기인지는, 최근 중동發 공급 충격을 다룬 호르무즈 봉쇄 유가 급등 분석과 함께 보면 더 선명해진다.

오구온라인의 시각

이번 회담을 ‘FTA로 자동차 더 팔기 vs 쇠고기 열어주기’의 구도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오구온라인이 보는 핵심은 희토류를 축으로 한 ‘패키지 외교’다. 한국이 브라질에 C-390 부품 제작·정비, 로켓·발사장 기술을 내주고, 그 대가로 광물 공급망의 안정성을 사는 구조다. 자원부국을 상대로 ‘살 것’만 들고 가는 게 아니라 ‘줄 것’을 함께 설계했다는 점에서, 이건 향후 한국이 다른 자원부국(인도네시아·칠레·카자흐스탄 등)과 협상할 때 재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에 가깝다.

다만 톤 조절은 필요하다. 언론이 ’12월 협상 재개’를 성과처럼 전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약속’이지 타결이 아니다. EU가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트랙에서 한국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서는 중이다. 실무그룹이 분석할 ‘민감 품목’ 목록에 농축산물이 오르는 순간, 국내 정치 지형에서 반발이 터지는 건 시간문제다. 따라서 지금 나오는 장밋빛 수치보다, 12월에 ‘무엇을 열고 무엇을 지키기로 했는지’ 구체안이 나올 때 다시 판단하는 게 맞다.

남들이 잘 짚지 않는 대목을 하나 더 보태자면, 이번 딜의 조용한 주인공은 절충교역이다. C-390을 ‘수입’했다고만 보면 국부 유출이지만, 부품 국내 제작과 MRO 산업 이전을 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기를 사면서 항공 정비·부품 생태계를 키우는 이 방식이 실제로 국내 일자리와 기술로 이어지는지, 계약서의 오프셋 이행률이 앞으로의 진짜 채점 기준이다. 결국 이번 방문의 성패는 ‘정상회담 사진’이 아니라, 3~5년 뒤 광물이 실제로 들어오고 오프셋이 이행되느냐에서 갈린다. 우리는 그 이행률을 계속 추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