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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7박11일 순방, 샌프란 AI 선언·남미 리튬 노림수 총정리

박도현 2026년 7월 27일 4
이재명 7박11일 순방, 샌프란 AI 선언·남미 리튬 노림수 총정리

숫자로 3줄

  •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부터 7박11일간 미국 실리콘밸리와 남미 3개국(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을 도는 취임 후 최장 순방에 돌입, 26일 브라질에 도착했다.
  •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오픈AI·앤트로픽·브로드컴 CEO를 연쇄 면담하고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약 9,500억 달러(1,389조원) 규모 공급계약을 측면 지원했다.
  • 남미에서는 리튬·구리·희토류 등 핵심광물 협력과 2021년 이후 멈춘 메르코수르 무역협상 재개, 한-칠레 FTA 현대화를 추진한다.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르면 흔히 ‘외유 아니냐’는 말부터 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결이 조금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현지시간) 출국해 7박11일이라는 취임 후 최장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남미 3개국을 도는 이 순방은, 한쪽 끝에 ‘AI 반도체 수요와 자본'(미국)을, 다른 쪽 끝에 ‘리튬·구리 같은 핵심 원자재'(남미)를 놓고 그 사이에 한국을 끼워 넣으려는 설계도에 가깝다. 대통령은 26일 남미 첫 방문지인 브라질 브라질리아에 도착했다(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재계 총수가 동행한 이번 순방의 무게중심은 ‘사진’이 아니라 ‘공급망’이다. 실리콘밸리 구간에서만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간 약 9,500억 달러(1,389조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언급됐고, 남미 구간에서는 배터리·반도체의 원료가 되는 광물 확보가 핵심 의제로 걸렸다. 이 글 하나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내 지갑과 무슨 상관인지’까지 정리한다.

무슨 일인가요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4~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CEO들을 연쇄 면담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혹 탄 브로드컴 CEO를 차례로 만나 대(對)한국 투자와 협력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AI 비전을 담은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하고 “한국이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한국일보).

선언은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번 면담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과 빅테크 사이의 약 9,500억 달러(1,389조원) 규모 공급계약 체결을 측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대통령은 “어떤 위기 속에서도 반도체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공급망 안전장치이자, 글로벌 반도체 부족을 예방하기 위한 책임 있는 투자”라고 규정했다(파이낸셜뉴스).

미국을 떠난 대통령은 곧바로 남미로 향했다. 26일 브라질 도착을 시작으로 27일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 29일부터 칠레(카스트 대통령 회담), 31일 아르헨티나(밀레이 대통령 회담) 일정이 잡혔다. 특히 한국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공식 방문은 22년 만이다. 대통령은 25일 남미와의 무역협상 재개와 ‘AI 시대 핵심광물 협력 강화’라는 두 축을 제시했다(문화일보).

숫자로 보면

말로 풀면 복잡한 일정을, 날짜·나라·의제로 끊어 한 표에 담았다. 다른 매체가 흩어 놓은 정보를 오구온라인이 하나로 모았다.

구간·날짜 장소 핵심 상대 주요 의제
7/24~25 미국 샌프란시스코 엔비디아·오픈AI·앤트로픽·브로드컴 CEO 샌프란 AI 선언, 9,500억 달러 공급계약 지원
7/26~27 브라질 브라질리아 룰라 대통령 메르코수르 무역협상 재개, 방산·에너지
7/29~30 칠레 카스트 대통령 한-칠레 FTA 현대화, 리튬·구리
7/31 아르헨티나(22년 만) 밀레이 대통령 리튬·핵심광물, 원전·인프라

규모의 감을 잡아 보자. 실리콘밸리에서 언급된 9,500억 달러는 원화로 약 1,389조원, 2026년 한국 정부 본예산(약 700조원대)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물론 전액이 확정 계약은 아니며 상당 부분은 다년간에 걸친 공급·투자 ‘의향’을 포함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 수요가 미국 빅테크에 얼마나 강하게 묶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남미 쪽 숫자도 만만치 않다. 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를 잇는 ‘리튬 삼각지대’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지역이고, 칠레는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다. 반면 한국과 메르코수르(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공동시장)의 FTA 협상은 2018년 시작됐지만 2021년 7차 협상을 끝으로 5년째 멈춰 있다(한국일보). ‘재개 추진’이라는 표현이 붙은 이유다.

쉽게 풀어보면

어렵게 느껴진다면 ‘초콜릿 공장’을 떠올려 보자. 세계 최고의 초콜릿을 만드는 공장이 한국이다. 그런데 이 공장이 잘 돌아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초콜릿을 비싸게 사 줄 큰손 손님’이고, 다른 하나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다. 큰손 손님이 바로 미국의 빅테크(엔비디아·오픈AI 등)이고, 카카오가 남미의 리튬·구리다.

이번 순방을 이 비유로 옮기면 이렇다. 대통령은 먼저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큰손 손님들에게 “우리 초콜릿(반도체) 앞으로도 많이 사 주세요, 대신 우리가 안정적으로 공급을 책임질게요”라고 약속을 받아냈다. 이게 ‘샌프란 AI 선언’과 9,500억 달러 계약이다. 그다음 남미로 날아가 “카카오(리튬·구리)를 우리한테 꾸준히, 좋은 조건에 팔아 달라”고 부탁하러 간 것이다. 큰손과 원료 산지를 같은 출장길에 한 번에 묶은 셈이다.

왜 굳이 한 번에 묶었을까. 초콜릿 공장이 아무리 솜씨가 좋아도, 손님이 등을 돌리거나 카카오가 끊기면 하루아침에 멈춘다. 지금 세계는 AI 때문에 반도체(초콜릿) 수요가 폭발하는 동시에, 그 반도체와 배터리를 만들 원료(카카오)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중이다. 한국은 ‘만드는 실력’은 세계 최고지만 ‘원료’는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한다. 그래서 손님과 원료 산지를 동시에 관리하지 않으면 공장 전체가 흔들린다 — 이번 순방의 진짜 목적이 여기에 있다.

배경과 전망

배경에는 ‘관세의 시간’이 깔려 있다. 미국은 상호관세 카드로 각국을 압박해 왔고, 한국도 대미 투자·구매 확대라는 청구서를 마주한 상태다. 이런 국면에서 대규모 공급계약과 AI 동맹은 관계를 관리하는 지렛대가 된다. 동시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중국 밖에서 재편’하려는 흐름 속에서, 남미 자원은 한국에게도 미국에게도 전략 자산이 됐다. 미국(수요)–한국(가공·제조)–남미(원료)를 잇는 벨트 구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망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메르코수르 협상은 ‘재개 추진’일 뿐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고, 남미 특유의 자원 민족주의(리튬 국유화 시도, 로열티 인상)도 상수다. 게다가 이번에 만나는 세 정상의 성향은 극과 극이다. 브라질 룰라는 좌파, 아르헨티나 밀레이는 극단적 시장주의 리버테리언, 칠레 카스트는 강경 우파다. 한 정권과 맺은 자원 계약이 다음 정권에서 뒤집힐 위험이 상존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방향 자체는 시대 흐름과 맞다. AI 데이터센터 붐이 이어지는 한 HBM·구리·리튬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고, 한국이 ‘공급망 허브’를 자처하는 전략은 반도체·배터리 두 주력 산업의 생명선과 직결된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9,500억 달러 중 실제 구속력 있는 계약이 얼마나 되는가, 둘째 칠레 FTA 현대화와 메르코수르 협상에 구체적 시한이 붙는가, 셋째 리튬 등에서 ‘지분 참여·장기 인수’ 같은 실물 성과가 나오는가다.

오구온라인의 시각

먼저 통념 하나를 깨자. ‘대통령 순방=성과 없는 외유’라는 시선은 이번엔 절반만 맞다. 핵심은 이번 순방이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공급망 딜(deal)’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9,500억 달러라는 숫자와 재계 총수 총출동은, 이것이 정상 간 덕담이 아니라 삼성·SK의 실제 수주·투자 라인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뉴스는 정치면이 아니라 ‘내 자산’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내 지갑과의 연결고리는 이렇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큰 축이고, 국민연금·퇴직연금(DC·IRP)·인덱스펀드에 사실상 전 국민이 간접 투자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6,700선까지 흔들린 배경이 ‘AI 반도체 고점·메모리 사이클 종료’ 우려였던 만큼, 빅테크의 장기 수요 확약은 이 불안을 눌러 줄 재료가 된다. 리튬·구리 확보는 더 길게 봐야 한다. 전기차·배터리 원가와 직결돼, 성공하면 몇 년 뒤 배터리·전기차 가격 안정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만 남들이 잘 짚지 않는 리스크를 하나 강조하고 싶다. 이번 순방의 최대 약점은 ‘상대의 불안정성’이다. 미국은 관세라는 청구서를 내밀며 투자를 받아 가는 쪽이고, 남미 세 나라는 정권 교체 때마다 자원정책이 요동친다. 즉 한국은 ‘주는 쪽’과 ‘변덕스러운 쪽’ 사이에 끼여 있다. 따라서 성과는 ‘몇 조 규모’ 헤드라인이 아니라 계약의 구속력과 회수 조건, 그리고 리스크 분산 장치로 평가해야 한다. 유권자·투자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를 약속받았나”가 아니라 “그 약속이 정권과 경기가 바뀌어도 지켜지는 구조인가”다. 구체적 수치와 확정 여부는 순방 종료 후 대통령실·산업통상자원부 공식 발표로 반드시 재확인하길 권한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