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검수 박도현 · 최종 검토 2026년 7월 29일
숫자로 3줄
- 7월 28일 코스피가 10.84% 폭락해 6,023.66으로 마감, 올해 8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 시장이 공포에 떤 '국민연금 매도폭탄'은 없었다 — 연기금은 7월 순매수, 개인이 외국인 물량 18조를 받아냈다
- 진짜 뇌관은 6개월 새 596% 폭증한 반대매매와 29조를 넘긴 신용잔고, 즉 개인의 빚투다
7월 28일 화요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84%(732.09포인트) 무너지며 6,023.6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7.72% 급락한 705.85로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70원대로 튀어 올랐다. 오전 9시 6분 개장 6분 만에 매도 사이드카(올해 42번째)가 걸렸고, 뒤이어 시장 전체 거래를 20분간 멈춘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올해 들어 8번째, 역대 14번째 서킷브레이커다(머니투데이).
지수가 무너질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의 커뮤니티에는 같은 이름이 오르내렸다. “국민연금이 팔아서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장중·마감 데이터를 뜯어보면, 시장이 지목한 범인은 사실상 알리바이가 있었다. 이 글은 ‘누가 진짜로 팔았고,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는가’를 숫자로 해부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이렇다. 폭락의 방아쇠는 중국발 반도체 충격이 맞지만, 낙폭을 키운 국내 요인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반년 새 596% 불어난 반대매매와 29조 원을 넘긴 신용잔고, 즉 ‘개인의 빚투’다. 세부적인 사건 흐름은 오구온라인의 폭락 총정리 기사에서, 중국 CXMT·DUV 충격의 실체는 실체 분석 기사에서 다뤘다. 이번 글은 오직 ‘수급의 진실’에 집중한다.
무슨 일인가요
이날 폭락의 직접적 도화선은 세 가지가 겹친 ‘중국 반도체 쇼크’였다. 첫째,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상하이 STAR 마켓에 상장하며 첫날 400% 넘게 폭등했다. 둘째, 중국이 극자외선(EUV)의 전 단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셋째, 간밤 뉴욕에서 엔비디아가 ‘라운드트리핑(순환거래)’ 논란에 급락했다. 메모리 초과공급과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공포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Korea JoongAng Daily).
지수 시가총액의 축인 두 종목이 무너지자 지수는 속수무책이었다. 삼성전자는 13.4%, SK하이닉스는 14.7% 폭락했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 둘의 두 자릿수 낙폭만으로도 지수 하락의 상당 부분이 설명된다. 개장 직후 6,200선이 뚫렸고(Business Korea), 결국 종가는 3개월여 만에 6,000선을 겨우 지킨 6,023.66이었다.
여기서 시장의 오래된 공포가 되살아났다. 바로 ‘7월 국민연금 매도폭탄설’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으면 기계적으로 되파는 리밸런싱을 하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 6월까지 이를 유예했다가 7월부터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는 유예됐던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면 14조 원, 많게는 51조 원까지 쏟아질 수 있다는 추정이 돌았다(쿠키뉴스). 급락장에 이 공포가 얹히자 ‘연금이 던진다’는 서사가 정설처럼 굳어졌다.
숫자로 보면
그런데 실제 매매 데이터는 이 서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7월 1일부터 28일 오후 2시 51분까지 연기금 등은 코스피 시장에서 오히려 약 150억 원을 순매수했다. 우려됐던 ‘기계적 매도 폭탄’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머니투데이). 같은 기간 진짜로 팔아치운 주체는 외국인이었고, 그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낸 쪽은 개인이었다.
| 구분 | 7월 코스피 순매매(1~28일) | 성격 |
| 개인 | +17조 9,780억 원 순매수 | 외국인 물량 받아냄 |
| 외국인 | -17조 8,997억 원 순매도 | 실질적 매도 주체 |
| 기관 | -1조 955억 원 순매도 | – |
| 연기금 등 | +150억 원 순매수 | ‘매도폭탄’ 알리바이 |
표가 말해주는 그림은 단순하다. 외국인이 약 18조 원을 던졌고, 개인이 거의 같은 규모인 18조 원을 사들였다. 연금은 사실상 중립, 오히려 소폭 순매수였다. 7월 한 달간 코스피가 28.42%(2,408.81포인트) 빠지는 동안(비즈니스포스트),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받은 건 개인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그 ‘받아낸’ 돈의 성격이다. 상당 부분이 빌린 돈, 즉 신용융자였다. 코스피 신용잔고는 1월 19조 8,549억 원에서 6월 29조 2,346억 원으로 불어났고, 코스닥까지 합치면 시장 전체 ‘빚투’ 규모는 38조 원대로 추산된다(이투데이). 빚으로 산 주식이 급락하면 담보가치가 무너지고, 증권사는 이를 강제로 되판다. 이것이 바로 반대매매다.
쉽게 풀어보면
이 상황을 물놀이장 미끄럼틀에 비유해보자. 외국인은 미끄럼틀 위에서 큰 공(18조 원어치 주식)을 아래로 굴려 내려보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아래에서 공을 받아 다시 안고 있는 사람이 개인이다. 시장에서는 ‘연금’이라는 덩치 큰 어른이 공을 마구 던진다고 소문났지만, CCTV를 돌려보니 그 어른은 팔짱 끼고 서서 오히려 공 몇 개를 슬쩍 주워담고 있었다. 진짜로 던진 건 외국인, 받은 건 개인이었다.
더 위험한 건 개인이 그 공을 ‘외상으로’ 안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융자와 미수거래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인데, 산 주식값이 일정 선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가 부족하니 다음 날 아침 강제로 팔겠다”고 통보한다. 그렇게 강제 청산되는 게 반대매매다. 문제는 이 강제 매도가 이미 떨어지는 시장에 매물을 더 얹어, 주가를 한 번 더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떨어져서 팔고, 팔아서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다.
실제로 이 악순환은 숫자로 확인된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월 1.0%에서 6월 5.1%로, 7월 9일에는 10.2%까지 뛰었다.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도 지난해 말 71억 원에서 올 3월 262억 원, 6월 527억 원으로 급증했고, 폭락이 본격화한 7월 9일에는 하루 1,422억 원까지 폭증했다(헤럴드경제). 반대매매 규모는 반년 새 596% 늘었다. ‘연금이 던진 매물’이 아니라 ‘개인이 빚 못 갚아 강제로 튕겨 나온 매물’이 시장을 눌렀다는 뜻이다.
배경과 전망
왜 개인의 빚투가 이렇게 커졌을까. 배경에는 상반기 내내 이어진 ‘주도주 몰빵’ 심리가 있다. 5월 27일부터 6월 22일까지 개인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만 8조 9,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이 기간 매매회전율은 105.3%,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 6,000억 원에 달했다. 개인들이 코스닥을 버리고 코스피 대형주와 특정 주도주로 신용 자금을 옮겨탄 것이다. 반대로 코스닥 빚투는 7조 원선마저 무너졌다(파이낸셜뉴스).
여기에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가 역설적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이 하방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개인의 공격적 베팅을 부추겼고, 정작 급락장에서는 외국인 매도와 개인 레버리지 청산이 맞물리며 ‘수급 절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파이낸셜뉴스). 7월 28일 급락도 외국인 대량 매도와 레버리지 강제 청산이 서로를 밀어내린 ‘수급 악순환’의 전형이었다(뉴스핌).
전망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반대매매가 언제 정점을 찍고 잦아드느냐다. 신용잔고가 빠르게 줄어(디레버리징) 빚투가 소화되면 그 자체가 바닥 신호가 될 수 있다. 둘째, 그동안 유예했던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실제로 언제, 얼마나 재개되느냐다. 지금까지는 순매수였지만, 유예가 완전히 풀리면 방향이 바뀔 여지도 있다. 다만 구체적인 리밸런싱 규모·시점은 확정 발표가 아니므로, 반드시 국민연금공단과 금융당국의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오구온라인의 시각
이번 폭락에서 가장 위험한 건 지수 숫자가 아니라 ‘틀린 서사’다. 시장은 손쉽게 국민연금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빚내서 받았다. 범인을 잘못 지목하면 처방도 틀린다. ‘연금만 안 팔면 괜찮다’는 생각은, 정작 위험의 본체인 38조 빚투와 반대매매 사슬을 못 보게 만든다. 이번 국면의 진짜 취약 고리는 기관의 기계적 매도가 아니라, 담보 부족으로 아침마다 강제 청산되는 개인 계좌들이다.
남들이 잘 짚지 않는 각도를 하나 더 보태면, 이번 사태는 ‘개인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 명분이 오히려 개인을 더 위험한 자리로 밀어넣은 역설이다. 하방을 받쳐줄 것이라 믿었던 연금의 존재가 레버리지 베팅의 안전판처럼 오해됐고, 유예가 풀리는 순간 그 기대는 근거를 잃었다. 정책이 시장에 ‘보이지 않는 풋옵션(하락 방어 장치)’이 있다는 착시를 주면, 그 착시가 걷힐 때의 충격은 더 커진다. 금융감독원이 레버리지·빚투 위험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이투데이).
그래서 앞으로 오구온라인이 주목해 볼 지표는 지수의 등락 그 자체가 아니라 신용잔고 감소 속도와 일별 반대매매 금액이다. 이 두 숫자가 꺾이면 강제 매도발 하락 압력이 풀린다는 신호이고, 계속 불어나면 지수가 반등해도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는 ‘모래 위 반등’이라는 뜻이다. 개별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적어도 ‘누가 파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소문이 아니라 수급 데이터를 봐야 한다. 이번 폭락이 남긴 가장 값진 교훈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