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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노소영 9440억 재산분할…역대 최대인데 왜 2심보다 줄었나

박도현 2026년 7월 26일 6
최태원 노소영 9440억 재산분할…역대 최대인데 왜 2심보다 줄었나

숫자로 3줄

  • 서울고법이 7월 24일 최태원 SK 회장에게 노소영 관장에 재산분할 9440억원(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 역대 최대 액수
  • 2심(1조3808억)보다 4368억 줄어든 이유는 노태우 비자금 300억 제외와 주식 가치 산정 시점을 2024년으로 묶은 데 있음
  • 양측 재상고 시 다시 대법원행이라 아직 확정 아님…9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이혼(최대 4조) 선고가 다음 관문

‘세기의 이혼’이라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9년 만에 사실상의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2026년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우리 법원 역사상 가장 큰 재산분할 액수입니다.

그런데 헤드라인만 보면 놓치기 쉬운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와 달리, 이 9440억원은 2년 전 2심이 정한 1조3808억원보다 4368억원이나 적습니다. 왜 노 관장의 몫은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도 동시에 줄었을까요. 숫자 뒤에 숨은 법리와, 이 판결이 SK 지배구조와 앞으로의 ‘부자 이혼’에 던지는 신호까지 한 편에 담았습니다. (뉴스핌, 한국경제)

무슨 일인가요

2026년 7월 24일 서울고법 가사1부는 두 사람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밝혔습니다. 재산 형성 기여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해졌고, 재판부는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이자도 함께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급 방식을 SK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못 박은 점이 핵심입니다(뉴시스).

이번 판결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3심 구조를 한 바퀴 돈 결과입니다. 2022년 12월 1심은 재산분할 665억원에 위자료 1억원을 매겼습니다. 그러나 2024년 5월 30일 2심(항소심)은 노 관장의 기여를 대폭 인정해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으로 액수를 열 배 넘게 끌어올렸습니다. 이때 2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이른바 ‘비자금 300억원’이 SK 성장에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최 회장이 가진 (주)SK 지분까지 분할 대상에 넣었습니다(MBC).

판을 다시 흔든 건 대법원입니다. 2025년 10월 16일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며 재산분할 부분만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혼 성립과 위자료 20억원은 이때 이미 확정됐고, 오직 ‘돈을 얼마나 나눌지’만 다시 계산하게 된 것이죠. 그 다시 계산의 답이 이번 9440억원입니다(뉴시스 일지).

숫자로 보면

말로 풀면 헷갈리는 이 소송을, 심급별로 한 표에 정리했습니다. 같은 부부의 같은 재산인데 판결이 오르내린 과정을 한눈에 보실 수 있습니다.

단계 선고 시점 재산분할 위자료
1심 2022년 12월 665억원 1억원
2심(항소심) 2024년 5월 30일 1조3808억원 20억원
대법원 2025년 10월 16일 재산분할만 파기환송 20억 확정
파기환송심 2026년 7월 24일 9440억원(현금) 이미 확정

표에서 보이듯 재산분할 액수는 665억원 → 1조3808억원 → 9440억원으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2심 대비 이번에 4368억원이 깎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큽니다. 첫째, 대법원이 지목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을 기여 산정에서 뺐고, 둘째,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일 이전에 경영권 유지·경영활동 목적으로 증여한 주식 등을 분할 대상 재산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뉴시스).

여기에 더해 법조계가 주목하는 세 번째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주식 가치를 언제 기준으로 매겼느냐입니다. 재판부가 이유를 따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액수 규모로 볼 때 SK 주가가 크게 오르기 전인 2024년 항소심 변론종결 무렵의 가치를 적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AI 반도체 열풍으로 SK하이닉스 주가가 뛴 2025~2026년 상승분은 계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한국경제).

쉽게 풀어보면

두 사람이 오랜 세월 함께 가꾼 큰 사과 과수원이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이혼하면서 이 과수원을 나눠야 하는데, 문제는 ‘사과값을 언제 시세로 매기느냐’입니다. 2024년 가을에는 사과 한 개가 1000원이었는데, 2026년 들어 갑자기 사과가 귀해져 값이 다섯 배로 뛰었다고 해봅시다. 2024년 시세로 나누면 노 관장 몫은 그만큼 작아지고, 2026년 시세로 나누면 훨씬 커집니다. 이번 법원은 “2024년 가을 시세로 값을 매긴다”고 정한 셈입니다. 그래서 노 관장은 그 뒤 오른 사과값의 덕을 보지 못했습니다.

‘파기환송’이라는 어려운 말도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시험지 채점을 학생(2심)이 했는데, 교장선생님(대법원)이 “네가 점수 매긴 방식 중 이 문항 계산이 틀렸으니 다시 채점해 와”라고 돌려보낸 겁니다. 이번 9440억원은 지적받은 항목(비자금 300억 등)을 빼고 다시 채점한 결과입니다. 교장선생님은 답을 직접 써주지 않고 ‘채점 규칙이 맞았는지’만 보기 때문에, 다시 채점된 점수가 마음에 안 들면 또 “재검토해달라(재상고)”고 올릴 수 있습니다.

‘현금으로 주라’는 대목도 중요합니다.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은 (주)SK 지분, 즉 회사를 지배하는 ‘열쇠 꾸러미’ 같은 주식입니다. 만약 이 주식을 쪼개 노 관장에게 넘기면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열쇠는 건드리지 말고 대신 현금 9440억원을 만들어 주라”고 정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만한 현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인데, 이게 바로 다음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배경과 전망

두 사람은 1988년 결혼했고,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입니다. 최 회장이 2015년 혼외 관계와 혼외자 존재를 공개 편지로 밝히면서 파경이 표면화됐고,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습니다. 이번 파기환송심까지 약 9년, 넓게 보면 10년 가까이 이어진 장기전이었습니다(뉴스1 일지).

아직 ‘끝’이라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양측 모두 재산분할 규모와 주식 가치 산정에 불복해 재상고할 수 있고, 그러면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갑니다. 다만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새로 따지지 않고 법리 적용이 적정했는지만 심사합니다. 선고 직후 최 회장 측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재상고 여부는 검토 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고, 노 관장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파이낸셜뉴스, 뉴스핌).

이 판결의 그림자는 다른 소송으로도 이어집니다. 당장 2026년 9월 9일에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의 이혼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배우자 측이 지분 5대 5 분할을 주장하고 있어, 회사 가치 산정 방식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가 최대 4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최태원·노소영 사건에서 확인된 ‘주식 가치 산정 시점’과 ‘경영권 보호 vs 배우자 기여’의 저울질이, 다음 세기의 이혼에서도 그대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뉴스1, 머니투데이).

오구온라인의 시각

이 판결의 진짜 메시지는 ‘역대 최대’가 아니라 ‘시점의 정치’입니다. 재산을 나눌 때 자산 가치를 어느 날짜로 고정하느냐가 최종 금액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이번처럼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는 드뭅니다. 노 관장은 명목상 사상 최고액을 받아냈지만, AI 반도체 랠리로 폭등한 SK하이닉스·SK의 최근 가치 상승분에서는 사실상 배제됐습니다. ‘가장 큰 승리처럼 보이는 결과가 실은 놓친 기회를 품고 있다’는 역설이 이 사건의 본질입니다.

둘째로 주목할 것은 법원이 일관되게 ‘경영권=사회적 자산’이라는 관점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주식이 아닌 현금 지급을 명한 것은, 총수 개인의 재산을 나누면서도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을 함께 고려한 결정입니다. 이는 배우자의 정당한 기여를 인정하는 흐름과, 오너 지분을 함부로 쪼개지 않으려는 산업적 고려가 부딪칠 때 법원이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 보여줍니다. 앞으로 대기업 총수의 이혼에서 ‘현금 분할’이 사실상 표준 공식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재상고 여부입니다. 9440억원이라는 숫자보다, 노 관장 측이 ‘주식 가치 산정 시점’을 문제 삼아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지가 관건입니다. 다른 하나는 9월 권혁빈 사건입니다. 상장사인 SK와 달리 비상장 스마일게이트는 가치 평가 방식(DCF냐 상증세법이냐)에 따라 금액이 조 단위로 출렁일 수 있어, 이번 판결이 세운 원칙이 어디까지 통용될지 시험대에 오릅니다. 재산분할은 ‘얼마’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언제 값을 매겨, 어떻게 주느냐’의 문제라는 것 —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실용적인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