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3줄
- 구글이 7월 21일 제미나이 3.6 플래시와 플래시-라이트·플래시 사이버 3종을 기습 공개, 출력 토큰을 최대 65%까지 줄였다.
- 최고 성능 경쟁 대신 '싸고 빠르게 일하는' 에이전트용 AI에 초점을 맞췄고, 제미나이 앱은 여전히 무료다.
- 실적발표 하루 전 공개로 알파벳 2분기 매출 1198억 달러·클라우드 82% 급증과 맞물려 'AI 돈 버는 법'을 보여줬다.
구글이 조용히, 그러나 아주 계산된 타이밍에 새 인공지능(AI) 모델을 꺼냈다. 2026년 7월 21일 구글은 제미나이 3.6 플래시를 비롯해 경량 모델 제미나이 3.5 플래시-라이트, 보안 특화 모델 제미나이 3.5 플래시 사이버까지 세 가지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눈에 띄는 건 성능 자랑이 아니었다. 핵심 메시지는 딱 하나, “같은 일을 훨씬 싸고 빠르게 한다”였다.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모델이 이전 세대보다 출력 토큰을 17% 적게 쓰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더 놀라운 수치는 특정 작업에서 나왔다. 코딩 벤치마크 딥SWE(DeepSWE)에서는 한 작업을 푸는 데 쓰는 출력 토큰이 약 27만 개에서 9만7000개로 줄어, 최대 65% 절감 효과를 기록했다(데이터넷). 그런데도 성능은 오히려 올랐다는 게 구글의 주장이다. 이게 왜 대단한 일인지, 초등학생도 알 만큼 쉽게 풀어보자.
이게 뭐냐면
AI가 답을 만드는 과정을 시험 보는 학생에 비유해 보자.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 어떤 학생은 연습장에 풀이 과정을 빽빽하게 다 적어야 답이 나온다. 그 연습장에 적는 글자 하나하나가 바로 ‘토큰’이다. AI도 똑같다. 겉으로는 답만 보여주지만, 속으로는 ‘생각의 메모’를 잔뜩 써 내려가며 답을 만든다. 이 메모가 길수록 계산이 오래 걸리고, 전기도 더 쓰고, 유료 이용자라면 돈도 더 나간다.
제미나이 3.6 플래시는 ‘풀이 과정을 짧게 줄이면서도 정답률은 높인 똑똑한 학생’에 해당한다. 예전 모델이 A4 한 장을 빽빽이 채워 풀던 문제를, 이제는 반 장 남짓한 메모로 같은 정답을 맞힌다. 구글이 강조한 ‘토큰 17% 절감’, 코딩 작업 ‘최대 65% 절감’이 바로 이 연습장을 얇게 만든 이야기다. 종이(연산 자원)를 덜 쓰니 답도 빨리 나오고 비용도 내려간다.
구글이 이번에 함께 내놓은 3종은 역할이 다르다. 더에이아이 등에 따르면 제미나이 3.6 플래시는 코딩·지식 작업을 두루 잘하는 범용 모델, 3.5 플래시-라이트는 아주 많은 양을 저렴하게 처리하는 경량 모델, 3.5 플래시 사이버는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 고치는 데 특화된 모델이다. 하나의 ‘만능 천재’ 대신 용도별 전문가 3명을 세운 셈이다.
어떻게 작동하나요
연습장을 얇게 만든 비결은 ‘생각을 압축하는 훈련’에 있다. AI는 답을 내기 전 스스로 추론(reasoning) 단계를 거치는데, 최신 모델일수록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장황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구글은 이 군더더기를 걷어내면서도 정답을 놓치지 않도록 학습 방식을 다듬었다. 그 결과가 벤치마크 점수의 동반 상승이다. 남들이 흩어 놓은 수치를 한 표로 모아 보면 변화가 뚜렷하다.
| 평가 항목 | 이전 세대 | 제미나이 3.6 플래시 |
| 딥SWE(코딩 해결력) | 37% | 49% |
| MLE-벤치(ML 연구) | 49.7% | 63.9% |
| SWE-벤치 프로 | 49.6% | 54.2% |
| 터미널-벤치 2.1 | 31% | 54% |
| 딥SWE 작업당 출력 토큰 | 약 27만 개 | 약 9만7000개 |
표에서 보듯 코딩·에이전트 성능 지표가 일제히 올랐다(AI타임스). 특히 명령어를 실제로 실행해 문제를 해결하는 터미널-벤치 2.1이 31%에서 54%로 뛴 점이 눈에 띈다. 성능은 올리고 토큰은 줄였다는, 보통은 상충하는 두 목표를 동시에 잡았다는 게 이번 발표의 뼈대다.
가격표도 이 전략을 뒷받침한다. 제미나이 3.6 플래시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요금은 입력 100만 토큰당 1.5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7.5달러 수준으로 책정됐다. 개발자 입장에서 토큰을 덜 쓰는 모델을 이 가격에 쓰면, 같은 서비스를 돌릴 때 나가는 총비용이 눈에 띄게 내려간다. 구글이 이번 모델을 ‘최고 성능’이 아니라 ‘가성비’로 정의한 이유가 여기 있다.
왜 중요한가요
AI 업계의 경쟁 축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은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나’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똑똑한 AI를 얼마나 싸게, 얼마나 많이 돌릴 수 있느냐가 승부처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미나이 3.6 플래시를 두고 복잡한 추론이나 정밀 코딩의 절대 성능은 앤스로픽 클로드 상위 라인업이나 오픈AI GPT 최신 시리즈에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도 구글이 이 카드를 먼저 꺼낸 건, 지금 폭발적으로 커지는 ‘AI 에이전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AI 에이전트란 사람이 시킨 일을 여러 단계에 걸쳐 스스로 처리하는 자동 비서다. 이메일 정리, 코드 수정, 자료 조사처럼 같은 작업을 수천·수만 번 반복해야 하는데, 이때는 한 번의 뛰어난 답보다 수만 번을 싸고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구글이 최상위 모델 ‘제미나이 3.5 프로’를 아직 파트너 테스트 단계에 두고 저렴한 플래시부터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KMJ).
타이밍도 절묘했다. 이 발표는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2분기 실적 발표 바로 하루 전에 나왔다. 7월 23일 공개된 실적에서 알파벳은 매출 1198억 달러(전년 대비 24% 증가), 구글 클라우드 매출 248억 달러(82% 급증)를 기록했다(한국경제). 클라우드 영업이익은 88억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싸게 돌아가는 AI’를 대량으로 팔아 클라우드에서 돈을 버는 구조가 실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요
가장 반가운 소식부터. 제미나이 앱은 여전히 무료다. 유료 구독 없이도 쓸 수 있고, 경량 모델인 3.5 플래시-라이트는 제미나이 앱과 구글 검색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스타트업레시피).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느 날 앱이 조금 더 빠르고 매끄럽게 답하기 시작하는 정도로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 이름표가 바뀌었다고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개발자나 소규모 사업자라면 체감이 더 크다. 챗봇, 문서 요약, 고객 응대 자동화 같은 서비스를 AI로 돌릴 때 토큰 절감은 곧바로 월 청구서 절감으로 이어진다.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이용자를 감당하거나, 그동안 비용 때문에 미뤄 뒀던 자동화를 시도해 볼 여지가 생긴다. 특히 보안 특화 모델인 플래시 사이버는 코드의 취약점을 찾아 고치는 용도라, 개발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냉정하게 짚을 부분도 있다. 벤치마크 점수는 어디까지나 정해진 시험 문제에서의 성적이다. 실제 업무에서 체감하는 품질은 다를 수 있고, 절대 성능이 필요한 정밀 작업이라면 여전히 상위 모델이 낫다는 평가가 많다. ‘무료’와 ‘저렴’이라는 단어에 끌려 무작정 갈아타기보다, 내가 하려는 일이 ‘높은 품질 한 방’인지 ‘적당한 품질 대량 반복’인지 먼저 따져 보는 게 순서다.
오구온라인의 시각
이번 발표에서 오구온라인이 주목하는 지점은 ‘성능’이 아니라 구글이 경쟁의 규칙 자체를 바꾸려 한다는 점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이 ‘가장 똑똑한 모델’ 왕좌를 두고 다투는 사이, 구글은 슬쩍 옆으로 빠져 ‘가장 경제적인 모델’이라는 다른 트랙을 깔았다. 최고 점수를 포기한 게 아니라, 지금 돈이 실제로 오가는 시장이 어디인지를 계산한 결과다. 클라우드 매출 82% 성장이라는 실적이 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
남들이 잘 짚지 않는 각도를 하나 더하자면, 이번 ‘3종 동시 출시’는 구글이 AI를 하나의 천재가 아니라 여러 전문가의 조립 라인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신호다. 범용(3.6 플래시)·대량 처리(플래시-라이트)·보안(플래시 사이버)으로 역할을 쪼갠 것은, 앞으로 AI 서비스가 ‘가장 똑똑한 모델 하나에 다 맡기는’ 방식에서 ‘작업마다 가장 값싼 전문가를 골라 쓰는’ 방식으로 옮겨갈 것임을 미리 보여준다.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경쟁이 성능에서 가격으로 번지면, 결국 이용자가 더 싸게 더 많은 AI를 쓰게 되기 때문이다.
주의할 대목도 분명하다. 알파벳은 이번 분기에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를 크게 늘리며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로 돌아섰다. ‘싸게 파는 AI’가 지속되려면 그 뒤를 받치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계속 회수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저가 공세가 이용자를 묶어 두기 위한 초기 전략인지, 오래 이어질 구조인지는 제미나이 3.5 프로와 개발 중인 제미나이 4가 나온 뒤에야 판가름 날 것이다. 화려한 벤치마크 숫자보다, 앞으로 몇 분기의 투자 회수 속도를 함께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새 모델의 실제 성능·요금·적용 범위는 반드시 구글 공식 채널과 실적 원보도로 최종 확인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