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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임승차 70세 상향…서울시 ‘버스 무료’ 전환, 무엇이 달라지나

박도현 2026년 7월 27일 6
지하철 무임승차 70세 상향…서울시 '버스 무료' 전환, 무엇이 달라지나

숫자로 3줄

  • 서울시의회가 6월 24일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를 통과시키며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고 절감분으로 70세 이상 버스비를 지원하는 방안에 시동을 걸었다.
  • 이번 조례에는 버스 지원 근거만 담겼고, 지하철 무임 연령 상향은 노인복지법 검토와 별도 조례 개정, 사회적 합의라는 산을 더 넘어야 한다.
  • 전국 최초로 무임 연령을 단계 상향 중인 대구 사례와 8000억 원을 넘긴 서울지하철 적자 구조까지, 세대 갈등으로 번진 42년 된 제도의 실체를 짚었다.

65세 생일에 자동으로 따라오던 ‘지하철 공짜’ 카드가, 앞으로는 70세가 되어야 손에 쥐어질 수도 있다. 서울시가 42년째 이어져 온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을 손보겠다고 공식적으로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신 무임승차에서 빠지는 65~69세에게는 버스요금을 지원하겠다는 ‘교환 카드’를 함께 꺼냈다. 복지를 줄이는 것이냐, 다시 짜는 것이냐를 두고 벌써 세대 간 신경전이 붙었다.

무슨 일인가요

서울시의회는 2026년 6월 24일 본회의에서 이병윤 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재석 75명 중 찬성 69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한국일보). 핵심은 70세 이상 시민에게 월 최대 14회 시내버스 요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새로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의 어르신 교통복지가 사실상 ‘지하철 무임’ 하나에 쏠려 있었다면, 버스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주의할 점은, 이번에 통과된 조례에 ‘지하철 무임 연령을 70세로 올린다’는 조항 자체는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세계일보). 현행 무임승차 기준(65세)은 서울시 조례가 아니라 상위법인 노인복지법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어,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바꾸려면 별도의 법적 검토와 조례 개정, 그리고 사회적 합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즉 이번 조례는 ‘버스 지원’이라는 실탄을 먼저 확보하고, 그 재원을 ‘지하철 무임 축소’에서 끌어오겠다는 큰 그림을 예고한 신호탄에 가깝다.

서울시가 밝힌 논리는 단순하다. 70세 이상에게 버스비를 지원하는 데는 연간 약 525억 원이 든다. 반면 지하철 무임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면 그 구간(65~69세)의 운임 수입이 연간 약 572억 원 늘어난다. 늘어나는 지하철 수입으로 새로 드는 버스 지원비를 메우고도 남으니, ‘추가 재원 없이’ 복지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다(문화일보). 실제로 서울시는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무임 연령 상향과 버스 지원을 병행한 선례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파이낸셜뉴스).

숫자로 보면

말로 하면 복잡하지만,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서울시의 셈법과 이 논쟁의 뼈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구분 현재(2026년) 서울시 추진 방향
지하철 무임 연령 65세 이상 70세 이상으로 단계 상향 검토
65~69세 혜택 지하철 무임 지하철 유료 → 버스요금 월 14회 지원
버스 지원 소요액 연 약 525억 원
지하철 무임 축소 효과 운임 수입 연 약 572억 원 증가
제도 도입 시점 1984년(65세 완전 무임) 노인복지법 검토·사회적 합의 후

배경 숫자는 더 묵직하다. 65세 이상 무임 제도가 전면 시행된 1984년 당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4.1%에 불과했고, 지하철도 서울 1·2호선이 전부였다. 그러나 2025년 그 비중은 21.2%로 5배 넘게 뛰며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이투데이). 이용자는 5배로 불었는데 요금 체계는 그대로이니, 서울지하철 적자는 최근 5년 새 70% 넘게 늘어 8000억 원을 돌파했다(서울경제).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무임 대상을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로 좁힐 경우 2030년 기준 무임 손실이 현행 유지 때보다 71.7%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령 일괄 상향이든 소득 기준 도입이든, 손질만 하면 재정 효과는 확실히 크다는 뜻이다.

쉽게 풀어보면

이 문제를 놀이터 미끄럼틀에 비유해 보자. 처음 미끄럼틀을 만들 때는 동네에 아이가 몇 명 없어서 ‘키 100cm 넘으면 누구나 무료’라고 붙여 놨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동네에 그 키를 넘는 아이가 5배로 늘었다. 미끄럼틀은 낡고 수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표를 파는 창구는 계속 텅 비어 있다. 관리인은 결국 고민에 빠진다. “기준을 ‘키 110cm’로 조금 올리고, 대신 100~110cm 아이들에게는 옆 그네를 공짜로 태워 줄까?”

서울시의 아이디어가 딱 이 모양이다. 미끄럼틀(지하철)의 무료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5cm 올리는 대신, 그 사이에 낀 65~69세에게는 그네(버스)를 공짜로 태워 주겠다는 것이다. 혜택을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타는 종류를 바꿔 주는’ 방식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서울시가 “복지 축소가 아니라 지하철 중심에서 버스 중심으로의 전환”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전자신문).

다만 미끄럼틀만 자주 타던 아이에게 갑자기 “이제 그네를 타라”고 하면 억울할 수 있다. 지하철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던 사람에게 ‘월 14회 버스 지원’은 체감상 다른 혜택일 수 있고, 지하철역이 가까운지 버스 노선이 촘촘한지에 따라 유불리가 갈린다. 바로 이 지점이 “출근길 지하철만이라도 계속 무료로”라는 반발과 “너희는 안 늙느냐”는 세대 논쟁으로 번지는 대목이다.

배경과 전망

사실 이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임 제도는 1980년 어버이날 ’70세 이상 요금 50% 할인’으로 처음 등장했고,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으로 노인 기준이 65세로 내려간 뒤 1984년 시행령 개정으로 ’65세 이상 완전 무임’이 자리 잡았다. 42년 된 제도인 셈이다. 초고령사회가 현실이 되면서 서울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같은 벽에 부딪혔다.

가장 앞서간 곳은 대구다. 대구시는 2023년 조례를 개정해 도시철도 무임 연령을 매년 한 살씩 올려 2028년 70세로 맞추는 단계적 상향에 들어갔고, 동시에 70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 이용을 도입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함께 지원하는 것은 전국 최초였다(YTN). 대구의 어르신 시내버스 이용 비율은 2023년 상반기 8.69%에서 2024년 13%, 2025년 15%로 매년 올라, ‘버스로도 수요가 옮겨 간다’는 서울시 논리를 뒷받침하는 실험대가 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신호도 있었다. 2026년 3월에는 대통령이 “출퇴근 피크타임에 한해 65세 이상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하며 ‘시간대 제한’이라는 또 다른 카드가 공론장에 올랐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갈래다. ① 서울시가 실제 지하철 무임 연령 상향 조례를 언제 발의하느냐, ② 노인복지법이라는 상위법의 벽을 어떻게 넘느냐, ③ 연령 일괄 상향·소득 기준·시간대 제한 중 어떤 방식으로 수렴하느냐다.

오구온라인의 시각

먼저 짚어야 할 통념 하나. “노인 무임승차 때문에 지하철이 적자”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서울지하철 적자의 뿌리에는 수년간 묶여 온 요금, 막대한 건설·개량 부채, 인건비 구조가 함께 있고, 무임 손실은 그중 큰 조각일 뿐 유일한 원인이 아니다. 무임 연령만 올린다고 8000억 적자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령 인구가 5배로 늘어난 인구 구조 앞에서 1984년의 기준을 그대로 두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논의 자체는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이번 서울시 방안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지점은 ‘연령’이 아니라 ‘무임에서 지원으로’의 방식 전환이다. 65세가 되면 소득·거주지·이동 패턴과 무관하게 똑같이 지하철을 공짜로 태워 주는 현행 방식은 단순하지만 비효율적이다. 지하철역이 없는 동네의 어르신, 버스로만 움직이는 어르신은 사실상 혜택에서 소외돼 왔다. 버스 지원과 소득 기준을 얹으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두껍게’라는 방향으로 복지의 정밀도를 높일 여지가 생긴다. 다만 그 정밀함은 곧 행정 비용과 사각지대라는 청구서를 동반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가장 경계할 것은 ‘572억 > 525억이니 공짜’라는 프레임이다. 이 계산에는 65~69세가 지하철 대신 버스로 옮겨 갈 때의 혼잡·소요시간, 지하철을 끊긴 사람의 실질 이동권 후퇴, 그리고 버스 지원이 ‘월 14회’로 제한된다는 조건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 숫자상 균형이 곧 개인의 손해 없음을 뜻하진 않는다. 독자에게 필요한 태도는 분명하다. 이 사안은 ‘노인 vs 청년’의 감정 싸움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의 복지 재정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라는 설계의 문제다. 확정된 것은 아직 없으니, 연령 상향의 실제 시행 시점과 65~69세 지원의 구체 조건은 서울시 공식 발표와 조례 개정 진행 상황을 반드시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