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3줄
-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7월 23일 오전 9시46분 종합특검(권창영 특검)에 직권남용 피의자로 첫 출석해 '위법 사실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 쟁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 땅 인근 강상면으로 바뀐 경위와, 2023년 7월 원 전 장관의 '전면 백지화' 선언의 배경이다.
- 사업은 2026년 3월 재개돼 2029년 말 착공·2035년 개통이 목표지만, 3년 넘게 멈춘 도로의 편익 지연은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남았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6년 7월 23일 오전 9시46분께 경기 과천시의 종합특별검사팀(권창영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사업 백지화 과정을 둘러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서의 첫 대면 조사였다.
원 전 장관은 취재진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든 엮어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거라면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보라”며 “위법 사실이 없기 때문에 특검의 의도대로는 잘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파이낸셜뉴스). 3년 넘게 정치권을 달군 ‘양평고속도로 의혹’이 마침내 전직 주무 장관의 소환 조사 단계로 넘어온 것이다.
무슨 일인가요
이 사건의 뿌리는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원래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출발해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으로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뒤인 2023년, 국토부가 종점을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땅이 있는 강상면 인근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면서 ‘특혜 의혹’이 불붙었다(시사IN).
논란이 커지자 원 전 장관은 2023년 7월 6일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사업은 그대로 멈춰 섰다. 이후 2026년 3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사업이 3년 만에 공식 재개됐고(MBC), 2차 종합특검이 4월부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백원국 전 국토부 차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서울신문).
특검은 원 전 장관에게 앞서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지만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못했고, 이날에야 첫 조사가 성사됐다(프레시안). 특검이 파고드는 지점은 크게 셋이다.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는 과정에 장관의 직권남용이 있었는지, 그 지시가 어디까지 올라가는 ‘윗선’이 있었는지, 그리고 원 전 장관이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와의 연관성을 언제 인지했는지다. 백원국 전 차관은 앞서 7월 2일 같은 혐의의 피의자로 조사받았다.
쉽게 풀어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동네 가게 하나로 바꿔 생각하면 간단하다. 마을에 새 버스정류장을 놓기로 하고, 주민 편의를 따져 ‘학교 앞’에 세우기로 이미 결정을 마쳤다고 하자. 그런데 마을 이장이 바뀌더니 별다른 설명 없이 ‘이장 친척 가게 앞’으로 정류장을 옮기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그렇게 옮기면 공사비가 오히려 더 든다. 주민들이 “왜 하필 거기냐”고 묻는 게 이번 의혹의 출발점이다.
여기서 정류장이 곧 ‘고속도로 종점’이고, 학교 앞이 ‘양서면’, 이장 친척 가게 앞이 ‘강상면’이다. 실제로 강상면 변경안은 기존 양서면 안보다 사업비가 1000억원 이상 더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뉴스타파). 돈이 더 드는데도 굳이 바꾸려 한 이유가 무엇이냐, 그 방향에 ‘윗선’의 뜻이 실렸느냐가 핵심 질문이다.
‘직권남용’이라는 법률 용어도 어렵지 않다. 이장이 자기 권한을 이용해 마을 담당자에게 ‘원래대로면 할 필요 없는 일’을 억지로 시켰다면 직권남용이다. 반대로 담당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검토한 것이라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사건은 ‘누가, 누구에게, 무슨 지시를 했는가’라는 지시의 사슬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의 싸움이다.
한눈에 보는 타임라인
3년 넘게 이어진 사안이라 흐름을 놓치기 쉽다. 주요 분기점만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 시점 | 주요 내용 |
| 2021년 4월 | 양서면 종점 노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
| 2022년 7월 | 1차 관계기관 협의 — 논의된 종점은 ‘양서면’ |
| 2023년 1월 | 2차 관계기관 협의 — 종점이 ‘강상면’으로 등장 |
| 2023년 5월 | 국토부, 강상면 종점 재검토 사실 알려지며 특혜 의혹 점화 |
| 2023년 7월 6일 | 원희룡 장관, 사업 ‘전면 백지화’ 선언 |
| 2026년 3월 20일 |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사업 공식 재개 |
| 2026년 4월 | 2차 종합특검, 국정자원·백원국 전 차관 등 압수수색 |
| 2026년 7월 2일 | 백원국 전 차관, 직권남용 피의자 조사 |
| 2026년 7월 23일 | 원희룡 전 장관 첫 특검 출석, 혐의 전면 부인 |
왜 중요한가요
이 사건이 단순한 도로 하나의 문제가 아닌 이유는 ‘노선 위에 얹힌 정치’에 있다. 종점이 향한 강상면은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곳으로 지목됐고, 그래서 특검은 이 도로를 도이치모터스 등 다른 의혹과 함께 ‘김건희 특검’ 흐름 안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도로 노선도 한 장이 전직 대통령 부부를 향한 수사의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두 노선의 차이를 나란히 놓고 보면 쟁점이 더 또렷해진다. 아래 표는 양서면 안과 강상면 안을 비교한 것이다.
| 구분 | 양서면 종점(기존안) | 강상면 종점(변경안) |
| 확정 단계 | 2021년 예타 통과 | 2023년 검토 단계에서 부상 |
| 사업비 | 상대적으로 적음 | 1000억원 이상 추가 소요로 알려짐 |
| 논란 지점 | – |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 |
| 결과 | 2023년 7월 전면 백지화 → 2026년 3월 재개, 노선 원점 재검토 | |
현실적인 무게도 가볍지 않다. 재개된 사업은 총연장 약 29.0km, 왕복 4차로에 나들목 4개소·분기점 3개소 규모로, 정부는 2029년 말 착공, 2035년 개통을 목표로 잡았다(일간경기). 상습 정체에 시달리는 6번 국도 이용자와 양평·하남 주민 입장에서는, 정치 공방이 길어질수록 도로 개통도 그만큼 멀어진다는 뜻이다.
법리적으로도 이번 조사는 만만치 않다. 직권남용죄는 ‘권한 있는 사람이 다른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 문턱이 높아 법원에서 무죄로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검이 원 전 장관의 ‘구체적 지시’와 ‘인지 시점’을 얼마나 물증으로 뒷받침하느냐가 기소와 유무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구온라인의 시각
많은 보도가 ‘종점을 왜 강상면으로 바꿨나’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번 특검 수사의 진짜 승부처는 오히려 그 반대편, ‘백지화’에 있다고 본다. 원 전 장관은 “의혹이 일자 아예 사업을 접었으니 특혜는 없었다”는 논리를 편다. 특검이 겨누는 각도는 정반대다. 노선 변경 검토가 부적절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수사·감사를 피하려 사업 자체를 덮은 것은 아닌지, 즉 백지화가 ‘해명’이 아니라 ‘봉합’이었는지를 따지는 구도다. 그래서 원 전 장관의 ‘백지화 = 무혐의’ 프레임과, 특검의 ‘백지화 = 회피’ 프레임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프레임 싸움의 승자가 사건의 결론을 상당 부분 좌우할 것이다.
동시에 냉정하게 볼 지점도 있다. 직권남용은 정치적으로는 화력이 세지만 법정에서는 자주 무너져 온 혐의다.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문장을 채우려면 구체적 지시의 존재와 상대 공무원의 ‘의무 없음’을 동시에 세워야 하는데, 실무진이 ‘자발적 검토’였다고 진술을 맞추면 사슬이 끊긴다. 특검이 백원국 전 차관 등 실무 라인을 먼저 조사하고 원 전 장관을 나중에 부른 순서 자체가, 아래에서 위로 지시의 고리를 엮어 올라가려는 전략임을 보여준다. 관전 포인트는 향후 기소 여부와, 실무진 진술이 어느 방향으로 정렬되는가다.
마지막으로 자주 잊히는 각도 하나. 이 모든 공방의 청구서는 결국 주민에게 간다. 2021년 예타를 통과한 도로가 정치 논란 속에 3년 넘게 멈췄고, 재개됐어도 착공은 2029년 말, 개통은 2035년으로 밀렸다. 노선 한 줄에 정치적 유불리를 얹는 사이, 매일 6번 국도에서 시간을 버리는 사람들의 편익은 조용히 사라졌다. 특혜 의혹의 진상 규명만큼이나, ‘왜 공공 인프라가 정쟁의 인질이 되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도 이번 사건이 남긴 숙제다. 유무죄 판단은 법원의 몫이며, 여기 담긴 혐의는 아직 수사 단계임을 분명히 해 둔다.